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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기: 에픽테토스의 역경 대처법

by 무던이야 2025. 5. 24.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드는 힘: 역경 속 에픽테토스의 지혜,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기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해고, 건강 문제, 인간관계 갈등,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 이런 역경 앞에서 우리는 좌절하고 불안해하며 때로는 분노하기도 합니다. 마치 거친 파도에 휩쓸리는 작은 배처럼 느껴질 때, 과연 우리는 이 폭풍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요?

2천 년 전 고대 로마의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노예 신분이라는 극한의 역경 속에서도 깊은 지혜를 발견했습니다. 그의 철학은 오늘날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강력한 등대가 되어 줍니다. 에픽테토스가 제시하는 역경 대처의 핵심은 바로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 입니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리가 어떻게 우리를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지 함께 탐구해 봅시다.

1. 모든 것을 두 가지로 나누다: 통제의 이분법

에픽테토스 철학의 시작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상황을 두 가지로 명확히 구분하는 데 있습니다. 바로 통제할 수 있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 입니다.

  • 통제할 수 있는 것: 이것은 우리 내면에 속한 영역입니다. 우리의 생각, 판단, 의견, 욕구, 혐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하는 행동과 노력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에픽테토스는 비록 몸은 노예였지만, 자신의 생각과 태도는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외부 환경이 아무리 가혹하더라도, 우리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오롯이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자유이자 힘입니다. 역경 속에서도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할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 통제할 수 없는 것: 이는 우리 외부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입니다. 우리의 몸이 병드는 것, 가진 재산이 줄어드는 것, 다른 사람의 나에 대한 평가나 행동, 과거에 일어난 일, 날씨, 경제 상황 등은 우리의 의지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영역입니다. 에픽테토스는 이러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괴로워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일 뿐이며, 오히려 고통과 불행만 키울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폭풍우 속에서 폭풍 자체를 멈추려 애쓰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 것처럼 말입니다.

에픽테토스는 우리가 통제 가능한 유일한 영역, 즉 우리의 내면세계에 집중할 때 비로소 역경 속에서도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외부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과 태도를 다스리는 데 온전히 힘을 쏟는 것이죠.

2.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틀: 통제의 삼분법으로 확장

에픽테토스의 '통제의 이분법'은 삶의 본질을 꿰뚫는 강력한 통찰을 주지만, 현실의 복잡성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에 와서는 '통제의 삼분법'으로 확장되어 이해되기도 합니다. 이 삼분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통제할 수 있는 것: (동일) 우리의 생각, 감정, 판단, 의지, 행동 등 내면의 영역.
  • 통제할 수 없는 것: (동일) 과거 사건, 타인의 존재와 행동, 날씨, 자연재해 등 완전히 외부적이고 독립적인 영역.
  •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한 것): 우리의 건강, 대인 관계, 직업적 성과, 시험 결과, 사업의 성공 등 우리의 노력과 선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는 영역입니다. 즉, '나의 노력 + 외부 요인 = 결과'의 구조를 가집니다.

이 세 번째 범주를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통제 불가능한 결과에 좌절하는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함으로써 원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에픽테토스 자신이 노예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위대한 철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끊임없는 지적 노력과 성찰이라는 '통제 가능한 것'을 통해 '철학자로서의 삶'이라는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에서 위대한 성취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결과를 100% 보장할 수는 없지만, 과정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3. 일상의 역경에 적용하는 에픽테토스의 지혜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삶 속에서 직접 실천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합니다. 일상의 다양한 역경에 이 지혜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 상황 자체보다 '판단'에 주목하기: 에픽테토스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그의 판단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역경 그 자체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경에 대해 우리가 내리는 부정적인 판단('이건 정말 끔찍해', '나는 실패했어')이 고통의 근원이라는 것입니다. 해고당한 상황이 발생했다면, '나는 이제 끝났어'라고 판단하는 대신 '새로운 길을 모색할 기회가 생겼구나'라고 판단을 바꿔보는 연습을 합니다. 이는 상황 자체를 바꾸지는 못해도, 상황에 대한 우리의 반응과 대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킵니다.
  • 감정에 압도되지 않고 관찰하기: 두려움, 분노, 슬픔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사건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에 완전히 휘둘려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비난하지 말고, 그 감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려 노력합니다. '아, 지금 나는 두려움을 느끼는구나'라고 인지하고, 그 감정에 휩쓸리는 대신 통제 가능한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집중합니다.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을 둑 위에서 지켜보듯 말입니다.
  • 결과에 대한 집착 내려놓기: 우리는 노력의 과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그 결과는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사업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할 수도 있고, 시험 공부를 열심히 했지만 원치 않는 성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에픽테토스는 결과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고통을 야기한다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통제 가능한 영역인 '최선을 다하는 노력'뿐입니다. 결과에 초연하고, 과정에 만족하는 태도를 가질 때 외부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평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결과에 나 자신의 가치를 두지 않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내면의 덕성에 집중하기: 진정한 행복과 평화는 재물, 명예, 권력, 타인의 칭찬과 같은 외부적인 것에 있지 않다고 에픽테토스는 가르칩니다. 이러한 외부의 것은 언제든 우리 곁을 떠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의 내면, 즉 지혜로운 판단, 정의로운 행동, 용기, 절제와 같은 '덕성'에 집중해야 합니다. 내면의 덕성은 우리 스스로 가꾸고 발전시킬 수 있으며, 이는 어떤 외부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행복의 기반이 됩니다.
  • 통제 불가능한 현실 받아들이기: 고통의 많은 부분은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저항하는 데서 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두고 '만약~했더라면'이라며 후회하거나, 바꿀 수 없는 타인의 행동에 분노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는 포기나 체념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할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현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다음 단계를 위한 건설적인 행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4. 에픽테토스 철학이 주는 현대적 의미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세상은 실시간으로 연결되었지만, 동시에 우리는 더 많은 정보와 타인의 시선, 예측 불가능한 변화 속에서 불안과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이러한 현대 사회의 역경 속에서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은 더욱 큰 울림을 가집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SNS의 반응, 타인의 인정, 경제 상황의 불안정성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우리의 마음가짐, 생각,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에 집중할 때 우리는 외부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나'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힘을 강화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지혜입니다. 마음챙김 이나 긍정적인 사고 와 같은 현대 심리학의 개념들도 결국 통제 가능한 내면세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에픽테토스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 통제 가능한 나에게 집중하는 삶

우리의 삶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에픽테토스는 바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진정으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 즉 우리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선택하는 행동에 집중하라고 가르칩니다.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외부 역경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좌절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삶의 폭풍우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배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통제 가능한 나에게 집중하는 삶의 힘입니다. 오늘부터 에픽테토스의 지혜를 따라, 통제할 수 없는 것은 흘려보내고, 통제 가능한 나의 내면과 행동에 에너지를 집중하며 더욱 평온하고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나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연습을 통해 우리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역경 대처의 지혜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통제 가능한 '나'에게서 시작됩니다.